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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다르다의 세계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식 동물이 살고 있지만 서로 먹이 때문에 다투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서로 좋아하는 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저는 이 내용을 읽고 다르다는 게 좋은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하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기에 다툼도 없습니다. 다르다는 말은 차별의 어휘가 아닙니다. 다르다는 말은 조화를 기다리는 말입니다. 평화의 말이죠.   ‘다르다’라는 말과 ‘닮다’라는 말은 전혀 의미가 달라 보입니다. ‘같다’와 ‘비슷하다’도 유의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단어의 뜻이라는 게 참 묘합니다. 다르다는 말과 닮다는 말은 서로 어원이 같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사실 닮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똑같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같은 점을 강조한 말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슷하다와같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게 같은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것은 어딘가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닮다는 말은 느낌이 좋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식은 부모를 닮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금방 부모·자식임을 알아차립니다. 걸음걸이도 목소리도 식성도 닮습니다. 종종 자식은 부모를 닮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부모도 옛날에 자신의 부모들께 했던 이야기입니다. 종종 부모도 자식에게 누구를 닮아서 저 모양이냐고 말하지만 정답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정답은 부모죠.   비슷하다는 좋은 의미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는 부정적인 느낌이 많습니다. 비슷하다는 말은 빗나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빗나가다, 빗금, 비탈, 빗맞다 등의 ‘빗’은 비슷하다와 어원이 같습니다. 전부 다 정확하지 않고 잘못 나가고 기울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비슷한 물건은 가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에게 비슷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것은 다 가짜라는 글귀도 있는 듯합니다.   한편 다르다와 관련이 있는 말로는 ‘어울리다’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똑같다면 어울릴 필요도 없을지 모릅니다. 획일적이지요. 그러나 서로 다르다면 어울리는 짝이 필요합니다. 사람도 옷도 어울리는 게 보기 좋습니다. 반바지에 검은 긴 양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슬리퍼에 양말도 마찬가지지요. 어울리는 것에서는 멋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어울리는 일이 많습니다.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서 재미있는 일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어울리다라는 단어에는 또 다른 뜻이 있습니다. 그것은 함께 잘 사귀고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참 좋은 표현입니다. 어울린다는 말은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의미가 넓어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는 서로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서로 어울려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게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을 우리말에서는 어울려 논다고 한 것입니다. 저는 어우러지다는 표현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울리는 사람끼리 함께 어우러져 어울려 다니는 것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 닮아가고, 서로 닮은 사람끼리 어울리고, 어울리는 사람끼리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평화롭고 즐거운 세상입니다. 다툼이 없는 세상이지요. 당연히 차별은 없습니다. 달라서 기쁜 세상이고, 다르기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세상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세계 아프리카 초원 요즘 친구들 초식 동물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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